굳이 교과서를 들출 필요도 없이, 도시 내 어떤 도로나 지역의 교통 흐름이 바뀌었을 때 의심해 보아야 할 이유는 상식적으로 하나가 아니다. 도로의 연결체계나 용량에 손을 대는 것과 같은 물리적 변화 외에도, 신호체계의 변경이나 대중교통의 (재)배치 같은 운영의 변화는 교통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보다 구조적인 변화요인도 많다. (재)개발과 같은 토지이용 변화는 교통 흐름에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한 과정을 요구하는데, 그 영향은 주변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 도시 내 경기 순환, 산업구조 및 인구구조 변화도 수도권과 같이 변화 속도가 빠른 지역에서는 고려할 만한 변수다. 이 모든 변화의 흐름과 상호작용하며 도로 위 개인이 취하는 선택의 다이나믹스도 포착하기는 어렵지만 존재한다. 서울역 고가도로..
논의를 이어나가기 전에, 어떤 도로구간의 평균속도라는 것에 대해 다시 잠깐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앞서 서울시가 도로구간(링크)별 평균속도 데이터를 산출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지만, 평균속도란 일정 기간(이 데이터는 1시간) 도로구간을 지나간 택시 주행정보를 기초로 실제 도로상황을 추정하는 일종의 대리변수(surrogate variable)다. 이렇게 도출된 평균속도값이 실제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는 따져볼 일이다.한편 복수의 평균속도를 대변할 수 있는 하나의 값을 얻기 위해서는 다시 여러 값을 가지고 연산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계산기 두드리듯 명쾌하지는 않다. 어떤 도로구간의 매주 월요일 8-9시 평균속도값 1년치를 모았을 때, 그것을 가장 잘 대표하는, 가령 중심경향값(central tenden..
이 글은 서울의 도로교통 패턴을 살펴보는 현재 작업의 일부인 동시에, 최근 눈에 띈 한 언론보도에 대한 나의 피드백이다.지난 12월 21일 공개된 '[단독] 고가도로 폐쇄 서울역, 교통지옥 됐다’라는 기사는 요약하면 이렇다: 도심 차도 축소로 “출근길이 오히려 빨라진다”는 서울시 홍보와 달리 지난 2년간 서울역 일대 교통혼잡이 크게 늘어났다.서울시는 고가도로 폐쇄 이튿날인 2015.12.14. 퇴계로(서울역-회현역), 만리재로(서울역-공덕역) 등 일대 도로 평균속도가 이전보다 개선됐다고 홍보하였다. 그러나 신문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2015.12.14.에 비해 2017.12.11. 출근시간대 퇴계로와 만리재로 도로 평균속도가 20% 이상 감소하였다. 또한 이들 도로 통행량도 폐쇄 직후 일시 반감..
이제부터는 링크별 매시간 평균속도 데이터와 놀 차례다. 원시데이터의 신뢰성을 전제한다면 이것은 통계학적으로 놀 거리가 굉장히 풍부한 panel data다. 다만 나에게 어울려 놀 재주가 부족할 따름이다. 숫자가 내 눈앞에 보기 좋게 펼쳐지지 않으면 찌르고 들어갈 각이 보이지 않기에, 일단은 성실하게 펼쳐 볼 수밖에 없다.panel data가 대부분 그렇듯 이 데이터도 이 빠진 데가 있다. 가령 이번 작업에 사용할 2017년 10월의 데이터는 4797개 전체 링크 중 스무 개가 빠진 4777개를 포함하고 있다. 매시 평균속도가 빠짐없이 계산되어 4777×24×31 = 3,568,968개의 값이 있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28,314개가 결측으로 남아 3,525,774개의 유효값이 있다. 원칙적으로 해당 시간..
실행 결과 4797번의 응답을 받아내는 데는 역시 5분 이상이 걸렸다. 실행마다 request 완료에 걸리는 시간도 상이하고 성공적으로 속도값을 알려오는 링크의 개수도 서로 달라 똑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내 랩탑으로는 대략 10분 정도가 걸렸다. 200(OK)을 돌려주지 못하고 에러를 토하는 링크는 매번 60-120개 정도였다. 비율로는 전체의 2% 안팎이어서 지도에 큰 구멍은 나지 않을 것 같다. 혹시 반복적으로 에러를 토하는 죽은 링크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10분짜리 request를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적어도 3번 이상 실행해야 하는, TOPIS가 해야 할 것 같은 일을 대신 하는 것만 같은 느낌에 그만두었다. 더구나 막상 데이터를 굴려보고 나니, 실시간 속도 데이터는 이상적..
이 시도는 현재 서울의 도로교통 패턴을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하였다. 말은 간단하지만 보기보다 간단치 않다. 이 생각은 도시와 자율주행의 상호작용이라는 보다 커다란 (매우 커다란) 질문의 과정에서 떠오른 것인데, 그 맥락 속에서도 ‘현재’라는 시간 단위와 ‘패턴’이라는 공간 또는 시공간 단위를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많은 경우 그렇듯 자료의 유무와 가용도에 따라 결과물의 내용이 좌우될 것이어서, 일단은 어떤 자료를 끌어올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사실 교통분야는 다른 도시분야에 비해 공인된 대규모 데이터가 풍부한 편이다. 2017년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교통정보센터와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정보센터(이하 TOPIS)에서는 실시간 도로소통 현황을 포함해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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