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의 참극은 그러나 피셔와 같은 자동차쟁이들로 하여금 더 좋은 레이싱 환경을 갈망하도록 자극할 따름이었다. 피셔의 친구와 라이벌들도 레이스 도중 사고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고, 그들의 차에 치여 사망한 관중들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트라우마를 남길 만도 한데, 그러나 남아있는 기록 어디에서도 그가 레이싱 자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다는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대신 그의 서른 즈음에 대한 기록은 사업가로서의 활동 외 대부분의 정력을 레이싱에 투자하며 레이싱 전용 트랙을 꿈꾸고 구상한 흔적으로 채워져 있다. 레이싱 전용 트랙의 필요성에 대한 피셔의 생각은 그가 속한 맥락에서 대담하고 창의적인 것이었을 수 있지만, 사실 그런 생각은 피셔 말고도 여럿이 하고 있었다.* 1903년경에는 프랑스뿐 아니라 많..
레이싱앞서 보았듯 피셔는 뉴비와 함께 잠깐이나마 자전거 트랙 Newby Oval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 자신 소문난 속도광이자 자전거 레이싱계의 언더독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피셔가 자동차 레이싱에 뛰어든 것은 전략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본능과 관성에 따른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인디애나폴리스에 자동차 레이싱 전용 트랙을 구상을 시작할 때 그는 자동차 레이싱의 전략적 중요성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당시 자동차 레이싱의 전략적 중요성이란 무엇인가? 인류와 함께 해온 레이싱의 기나긴 역사를 차치하고라도, 각종 스포츠 관람 문화가 발달한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 레이싱은 대중적으로 친숙한 오락거리이자 검증된 홍보수단이었다. 한편 1..
속도광피셔는 1874년 미국 인디애나 주의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삼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 남달랐고 재주가 많았지만, 선천적인 고도난시를 겪어 학업에는 집중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의무교육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대, 일찌감치 12세에 학교를 관둔 그는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가 떠나버린 가계를 돕기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그가 뛰어든 전선은 고향 근처 급성장하던 도시 인디애나폴리스였다. 유년기 피셔가 겪었던 19세기 후반은 철도가 수운을 꺾고 골드러시를 이끌며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등극하던 철도 황금기였다. 지리적으로 당시 이미 세계적 대도시 중 하나였던 시카고 바로 아래 위치하면서 중서부 철도교통의 허브로 기능했던 인디애나폴리스는 그에게 ..
“우리는 이 세계의 장대함이 새로운 아름다움을 통해 풍성해졌다고 선언한다. 그것은 바로 속도의 아름다움이다. 폭발하듯 숨을 토하는 구렁이와 같이 거대한 파이프가 후드를 장식하는 레이싱카, 기관총 불꽃에 올라탄 듯 포효하는 자동차는 승리의 여신상보다도 아름답다.” We declare that the splendor of the world has been enriched by a new beauty: the beauty of speed. A racing automobile with its bonnet adorned with great tubes like serpents with explosive breath … a roaring motor car which seems to run on machine-gun ..
— 1편에서 계속. 사실 그들은 이미 설명을 준비해 왔고 조금씩 설명하고 있다. 앞서 자율주행기술을 이끄는 혁신가 세력(이후 자율주행 개발세력)을 말 안 통하는 점령군인 양 묘사했으나, 그들의 태도와 이미지는 적어도 드러난 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당연하게도 자율주행 개발세력은 몇몇을 제외하면 지난 세기 자동차를 몰고 나타난 선배들보다 훨씬 세련되고 조심성 있다. 그들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율주행차에 즉각적으로 호응하지 않을 뿐더러 의심의 눈길을 보낼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한 세기 전과 달리 과정상의 소소한 불상사마저 그 즉시 있는 그대로 전세계에 공유되는 세상이다. 아무리 거만하고 야심찬 도전자라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특히 몸집이 큰 전통적 자동차 메이커들은 I..
… [F]ast transportation systems turn urbanized people for 17% of their waking hours into passengers, and for an equal amount of time into members of the road gang that works to pay Ford, Esso, and the highway department. … 고속 교통체계 속에서 도시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17퍼센트 동안 승객으로 살며, 또 그만큼의 시간을 포드사와 액슨 오일, 고속도로 관리국에 돈을 갖다 바치는 도로 보수반의 일원으로 산다. — Ivan Illich (1977) “Disabling Professions,” p.28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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